안녕하세요, 팀 디미디움의 PM과 제작을 맡고있는 박예린입니다.
<쿡팟!>에서 시작해서 2021년도 젬블로 공모전에 출시했던 <파이오니어즈>, 그 외에 아직 개발 중인 게임들의 프로토타입 제작 및 공장 컨택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구성물을 국내에서 제작했던 <쿡팟!>과 달리, 이번 게임에서는 보드게임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해외 공장과의 컨텍을 통해 구성물 디벨롭 및 제작을 진행하였습니다.
처음에 제작을 진행했던 국내 인쇄소도 나름 국내에서는 보드게임 관련 제작 경험이 있는 곳이었고, 감리도 꼼꼼하게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물의 인쇄 톤의 차이나 밀림 정도가 100% 만족스러운 곳은 아니었습니다.
저번 펀딩 프로젝트에서의 아쉬움 보완을 위해 이번에는 전문 공장과 함께 일을 진행하였는데, 구성물의 퀄리티 면에서 확실히 탄탄한 기본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앞서 제작했던 다른 게임들과 달리, <우리 집 돼지저금통을 훔쳤다!>는 특히나 저를 애먹게 한 구성물이 있었는데요, 바로 개인 트레이입니다.
이번 제작기에서는 트레이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풀어보겠습니다.
이 게임에서는 플레이어가 각자에게 주어지는 다양한 종류의 동전들을 정리하지 못하게 ‘섞어야’하고, 카드가 공개되면 그에 맞는 동전을 재빠르게 자신의 구역에서 ‘꺼내어’ 지불해하므로, 플레이 인원수에 대응하는 트레이가 필요했습니다.
트레이의 조건들은 다음과 같았는데요,
1. 동전을 담을 수 있으면서
2. 무작위로 흔들어 섞을 때 튀어 나가지 않으며
3. 빠르게 동전을 꺼낼 때 손이 벽을 친다고 해서 트레이가 쉽게 넘어가거나 풀어지지 않고
4. 거칠게 동전을 뒤지는 게임의 특성상 내구도가 아주 튼튼해야 했으며
5.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게임 박스 안에 수납이 되어야 했습니다.
앞선 세 가지 조건만 충족해야 한다면 별로 어렵지 않았겠지만,
카드 25장과 더불어 최대 30mm직경의 토큰이 150개 들어있는 박스에 내구성이 뛰어난 개인 트레이를 6개까지 수납하는 것은 어려워보였습니다.
일정 크기 이상으로 박스를 키우면 휴대성에 큰 악영향이 있음과 더불어 해외에서 들여오는 운송비가 배가되니 섣불리 박스의 크기를 키울 수도 없었구요.
처음 고려해본 트레이의 구조는 위와 같았습니다.
하지만 위와 같은 트레이는 벽이 사선으로 빠져있어 트레이를 흔들어 동전을 섞기에 적합하지 않았고,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두껍게 만든다고 해도 한계가 있으며, 무엇보다 의도된 일러스트를 담기 매우 어려웠습니다.
무조건 패턴으로 밀어야 하는 구조였죠.
그러던중 업체에서 매우 혁신적인 구조를 하나 제안해줍니다.
공장에서 보여준 샘플본
해당 구조는 자석이 내장되어 매우 편리하게 조립/해체가 가능했고,
보관시에는 납작하게 만들어 혁신적으로 수납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위 구조를 기반, 아트 팀원에게 전달할 가이드와 공장에 전달할 제작 가이드 문서를 만들고,
실제 목업을 만들어 크기를 가늠해보았습니다.
하지만 해당 구조에는 매우 큰 문제가 있었는데, 업체에서 제안해준 (약7cm 높이) 크기의 경우 조립에 문제가 없지만,
저희 게임에 필요한 작은 크기는…
들어가는 자석이 작은 만큼 힘이 부족해서 벽을 잘 잡아주지 못했습니다.
원래의 구조가 상당히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동일한 구조에서 아래 너비를 최대한 같게 유지하고,
박스에 수납 가능한 한도내에서 옆면의 높이를 높여 도안을 수정해서 샘플 제작해보았습니다.
초기 디자인을 입히고 자석을 내장해 공장에서 보내준 영상
하지만 여전히 같은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연결되어 접히는 구조인 이상 작은 삼각형 구역 안에 들어맞는 자석은 힘이 너무 약해서 옆면을 잘 잡아주지 못했고,
구조에 대대적인 변형을 가하게 됩니다.
최대한 같은 높이에서 자석의 크기를 키우기 위해 바꾼 두번째 구조, 연결부를 끊어내고 겹치는 부분을 최대한 넓게하여 안정성을 높였습니다.
최종 직전의 샘플 영상
하지만 이경우에는 동전을 빠르게 꺼내기 위해 벽에 손을 강하게 부딪힐 경우, 자석이 풀려 동전이 쏟아질 위험이 있습니다.
그리고 겹치는 부분의 구조가 한면만 본체에 연결되어 있어, 다회 사용시 망가질 가능성도 커보였구요.
그렇게 보완된 마지막 샘플.
벽의 겹치는 부분을 옆면의 날개를 연장하여 한번 더 감싸고, 자석의 크기를 줄이지 않는 구조는 유지해 견고하게 만들었습니다.
당연히 납작하게 하여 수납도 가능합니다.
최종 구조가 확정되었을 때 공장에서 보내준 영상
확정된 모델을 기반으로 디자인을 리뉴얼, 최종본이 확정되었습니다!
보통 게임 상자로 쓰이는 싸바리 박스와 같은 원리로 튼튼한 심지가 주축이 되어 구조를 구성하고, 인쇄후 코팅을 하여 심지를 감싸 내구도와 심미성을 더해줍니다.
손이 많이 가는 구성물인만큼 코팅은 유광 코팅의 옵션중 내구도 측면에서 가장 강한 glossy lamination으로 선택했습니다.
그렇게 완성되어 받아본 최종본!
구조를 튼튼하게 만들다보니 너무 두꺼워서 둔해지지는 않을까 우려했지만 공장측에서 압착을 잘 해줘서 전혀 둔한 느낌 없이 튼튼한 트레이가 완성되었습니다!
자석도 깔끔하게 작동하네요.
샘플 수령후 간단하게 조립 영상을 촬영해보았습니다.
다사다난했지만 만족할만한 결과물이 나와 매우 기쁩니다.
박스, 룰북, 카드, 동전 토큰들도 여러번의 수정과 조율이 있었지만 <우리 집 돼지저금통을 훔쳤다!>의 제작기는 여기서 이만 줄이겠습니다.
어쩌다보니 트레이 이야기만 한 것 같은데, 게임도 재미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번씩 들러주세요.. ㅎㅎ
펀딩 링크를 아래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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