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 개발/<우리 집 돼지저금통을 훔쳤다!>

<우리 집 돼지저금통을 훔쳤다!> 제작기 1편 - 추억이 게임이 되기까지!

디미디움 2023. 7. 23. 19:33

안녕하세요! 보드게임 개발팀 디미디움의 게임 디자이너 이재웅입니다.

 

저희 게임 <우리집 돼지저금통을 훔쳤다!>의 홍보도 하고, 자작게임이 어떻게 제작되는지 궁금하신 분도 계시지 않을까 해서, 게임의 개발과정을 자세히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게임 디자인에 관한 내용을 담아 보겠습니다.

 

게임의 메인 메커니즘은 제가 어릴 때 문구점 앞에 있던 <대전! 산전수전!> 게임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해당 게임에서는 2명의 플레이어가 여러 미니 게임으로 대결하게 됩니다. 여러 그중 제가 가장 좋아했던 미니게임은 ‘잔돈 대결’이였습니다.

 

[대전! 산전수전! 뒤에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한 게임입니다.]

 

상대보다 빠르게 돈을 내고, 잔돈은 최대한 줄이는 딜레마가 게임의 핵심 재미입니다. 어느날 문득 “이 게임을 보드게임으로 만들면 재미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고, 바로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봅니다.

[최초의 프로토타입, 제 애용품 빈 카드에 네임펜으로 슥슥 그려 만듭니다. 최상단의 10장은 상점 카드로 초기에는 가격만 적혀있었습니다. 아래 3줄은 동전의 대체입니다.]

 

바로 팀원과 플레이 테스트를 진행합니다. 각자 카드를 종류별로 2장씩 받고, 상점 카드는 섞어서 1장씩 공개합니다. 빨리 카드를 내고 상점 카드에 손을 올립니다. 게임은 재미있습니다. 상대보다 빨리 내야한다는 긴장감과 어떤 구성으로 돈을 내야 가장 적은 잔돈을 받을 수 있는지 고민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다만, 몇 가지 문제점이 발견됩니다.

 

첫 째, 손에 드는 카드가 너무 많습니다.

둘 째, 상점 카드의 가격에 비해서 카드가 너무 적습니다.

셋 째, 원작 게임과의 차별성이 부족합니다.

 

[카드의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임시동전]

 

게임의 재미가 확인되었으니, 수고를 들여서 동전을 만들었습니다. 이전 프로젝트인 <쿡팟!>의 남은 동전에 a4에 인쇄한 동전들을 붙여 임시로 동전을 만듭니다. 이로써, 카드를 사용해 발생했던 첫 번째와 두 번째 문제는 해결했습니다. 동전이기 때문에 손에 들 필요가 없고, 충분한 동전을 제공할 수 있죠. 잔뜩 가져가 앞에 놓으면 그만이니까요.

 

원작과의 차별성이라는 세 번째 문제는, 어느정도는 타협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돈을 빠르게 내고 잔돈을 최소화한다라는 메인 메커니즘이 같으니까요. 하지만 어떻게라도 차별점을 주고자 세 가지 시도를 했습니다.

 

1. 카드에 점수를 주었습니다. 어떤 카드는 쉽게 잔돈을 최소화할 수 있고, 어떤 카드는 처리하기 까다롭습니다. 이에 대해 카드에 차등적인 점수를 부여했습니다. 예를 들어 50원짜리 상점 카드엔 1점, 333원짜리 카드엔 5점을 줬습니다. 실제로 카드를 가져가는 것이 나의 행동에 대한 긍정적인 피드백으로 다가오게 되었습니다.

 

2. 저는 보드 게임과 디지털 게임의 가장 큰 차별점은 다양한 구성물들을 보고 만질 수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점에서 차별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게임 준비 단계에 각자 가져간 동전을 섞어서 놓도록 했습니다. 플레이어들은 동전을 내기 위해 동전을 구별하고 집는 손맛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동전의 크기도 각각 다르게 해주었습니다.

 

[코인 캡슐로 만든 각기 다른 크기의 동전]

다만, 동전을 섞는 과정이 불편해서 동전 주머니를 만들었습니다.

[가로세로 10cm 안팎의 작은 상자형태의 동전 주머니. 저는 손재주가 부족하기 때문에 팀원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동전 주머니를 만들고 보니 한 가지 불편한 점이 더 해결되었습니다. 원래는 플레이어가 낸 동전과 내지 않은 동전이 모호했는데, 이를 확실히 구분지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3. 3인 이상이 플레이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원작은 대전게임에 들어있는 미니게임이였기에 2인 플레이만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게임 자체는 아주 가볍고 파티스럽기에 더 많은 사람들이 플레이할 수록 재미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작 단계에 더 많은 구성물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최대 6인 플레이까지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리플레이성과 밸런스를 잡아주었습니다.

 

- 게임을 여러번 진행하면 각 카드의 가격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는 리플레이성을 해치게 됩니다. 15장의 카드를 추가로 만들고, 매 게임 랜덤한 카드들로 게임을 진행하도록 하였습니다.

 

- 카드의 점수를 1~5점에서 3,5점으로 변경했습니다. 5점짜리 카드가 있는데 1점짜리 카드를 받는 것이 불평등하다고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잔돈을 2개 이내로 줄이기 위해 몇 개의 동전을 필요로 하는 지를 기준으로 점수를 메겼습니다.

 

- 한 게임에서 사용하는 카드 장수를 10장에서 15장으로 늘려줍니다. 한 게임을 진행할 때 10라운드가 짧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15장으로 늘리고 플레이 테스트를 진행해보니 너무 많은 피로도가 쌓이지도 않았고, 흥미도가 떨어지지 않아 적절한 라운드 수라고 느껴졌습니다. 다만, 더 많은 라운드를 진행하는 파티게임들에 비해서 플레이어가 숫자 계산 하는 것이 필요해 피로도 측면에서 라운드를 늘리지는 않았습니다.

 

- 플레이어 인원수에 따라 제공되는 동전을 다르게 해주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할리갈리, 세트 등의 순발력 게임의 문제는 한 명의 플레이어가 독주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많은 플레이어가 플레이할수록 더 도드라집니다. 이에 따라 5,6인이 플레이할 때에는 각 플레이어가 가져가는 동전의 갯수를 줄여 선두 플레이어가 혼자 독주하는 상황을 완화했습니다.

 

- 플레이어에게 제공되는 동전과 카드의 가격간의 밸런스를 맞췄습니다. 플레이어에게 제공되는 동전보다 상점 카드의 가격이 너무 비싸다면 돈이 부족해 카드를 구매하지 못하는 상황이 너무 많이 발생합니다. 반대로, 너무 싸다면 위에서 이야기했던 선두 플레이어의 독주 완화가 어렵습니다. 플레이 테스트를 통해 카드 가격의 적절한 평균값을 산정했습니다.

 

[이렇게 개발된 <우리집 돼지저금통을 훔쳤다!>는 현재 텀블벅 펀딩중입니다!]

https://tum.bg/EOBwA8

프로젝트를 후원해주시면 저희 팀에게 아주 큰 힘이 됩니다! 앞으로 더 좋은 게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상으로 게임 디자인에 대한 글을 마칩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개발일지 다음 편에서 뵙겠습니다!